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2025. 4. 13.(주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복음
루카 복음 22장 14절부터 23장 56절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수난과 순명
예수님의 수난기는 우리 신앙의 가장 깊은 중심입니다.
고통과 배신, 침묵과 용서, 죽음과 희망이 맞닿아 있는
이 이야기는 단지 옛날의 비극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이 파스카 음식을 너희와 함께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온 삶을 담은, 몸과 피를 내어주는 ‘계약’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그 순간부터 예수님의 길은 오직 우리를 위한 사랑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식탁에는 이미 배신과 부인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유다는 입맞춤으로 스승을 팔고,
베드로는 “나는 그 사람을 모르네”라고 세 번이나 부인합니다.
예수님은 침묵하십니다.
아무 말씀 없이,
그 눈빛으로만 베드로를 바라보십니다.
그 눈빛에는 책망보다도 더 큰 용서와 자비,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체포, 모욕, 채찍, 거짓 고발…
온갖 수모와 고통 속에서 예수님은 침묵으로 응답하십니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그 말씀 그대로, 그분은 십자가 위에서도 우리를 섬기십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못질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그 음성은,
지금 우리에게도 들립니다.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고, 돌아오지 못할 길도 없다는
하느님의 자비가 그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흔드는 마지막 외침,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그분의 삶은 철저히 아버지를 향한 순명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십자가는 절망이 아니라, 순명의 완성이자 사랑의 승리였습니다.
“오늘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죽음의 자리에서도 회개하는 죄인에게 하신 이 약속은
지금 우리가 다시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됩니다.
예수님의 수난은 우리 죄 때문에 이루어졌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무한한 사랑과 구원의 빛을 봅니다.
이 말씀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 조용히 고백합니다.
“예수님, 주님은 진정 저를 위한 사랑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