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너머의 삶을 바라보다, "서울엄마들"(조지은)
조지은 작가의 장편소설 『서울엄마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꺼내어 말하기 힘든
‘교육’이라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게 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학군 이야기나 입시 경쟁의 풍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며,
무엇을 향해 이토록 달려가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작품 속 금묘아파트는 단순한 고급 주거지가 아닌,
교육 경쟁의 집약된 상징입니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 이사를 마다하지 않고,
사교육 정보를 쥐기 위해 단톡방을 모니터링하며,
아이보다 엄마가 더 학구열에 불타는 세계.
때론 이 모든 것이 과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자식을 잘 키우고 싶다'는
절절한 사랑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어 섣불리 비판하기 어렵습니다.
소설이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이 경쟁의 열풍 속에서
엄마들 스스로도 함께 공부하며 ‘페어런트 컨설턴트’가 되어가는 장면들입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위한 관심이 아니라, 자녀의 삶과 가치관,
인간다움까지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이 열정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인간 관계의 이면을 찌르는 묘사가 이 책의 백미였습니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마음,
비교에서 비롯된 열등감과 위장된 친절,
그리고 ‘정상 가족’에 대한 강박까지.
작가는 이 심리를 정확히 짚어내어 독자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적 있었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명확합니다.
교육도, 성공도, 돈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건강, 관계의 진심,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
책장을 덮으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