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소비기획자

한국 근대음악의 선구자, 홍난파를 만나다

예박이아빠 2025. 5. 3. 13:57

서울 중구 필동의 조용한 골목,

낡은 골조 위에 남겨진 정갈한 전통가옥 하나가 눈에 띕니다.

 

 


바로 한국 근대음악의 개척자, 홍난파 선생이 살았던 집이자

오늘날 ‘홍난파 가옥’으로 불리는 기념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옛집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뿌리를 세운 한 사람의 예술혼과,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민족의 혼을 지켜낸 삶의 흔적이 담긴 공간입니다.

 


1. 홍난파의 생애

– “봉선화”의 주인공, 음악으로 나라를 사랑한 사람

 

 

홍난파(洪蘭坡, 본명 홍영후)는

1898년 서울에서 태어나 조선 최초의 서양음악 작곡가로 활동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인 그는

서울의 휘문고보와 일본 동경 음악학교에서 공부했고,

귀국 후 음악 교사, 평론가, 작곡가, 지휘자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봉선화」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곡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인의 한과 슬픔을 상징하는 노래로 불렸습니다.

 


그 외에도 「고향의 봄」, 「그립다」 등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을 남기며 ‘한국 가곡의 아버지’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해방 직전 친일행적 논란도 있었고,

1941년에는 창씨개명과 일제의 문화 동원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대적 굴곡 속에서

음악으로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 서울 홍난파 가옥 – 숨결이 살아 있는 공간

 

서울 중구 필동에 자리한 이 가옥은

홍난파가 1930년대에 거주했던 주택으로,

현재는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통 한옥 양식이지만 서양식 가구와 악기,

건축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그의 삶 자체가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기념관의 주요 전시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홍난파의 자필 악보와 악기들:

「고향의 봄」, 「그리워」 등의 자필 악보 원본이 전시되어 있고,

그가 사용하던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삶의 궤적을 담은 사진 자료:

휘문고보 시절부터 일본 유학 시기,

귀국 후 연주 활동까지 다양한 시기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신문 및 평론 자료:

홍난파가 음악 평론가로 활동했던

잡지, 논문, 신문 칼럼 등이 소개되어 있으며,

당시의 문화 담론을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음 공간:

난파의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존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그의 음악을 직접 듣고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복원된 거실과 작업실:

한옥 특유의 따뜻한 느낌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품었던 공간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습니다.


3. 오늘날의 의미 – 시대를 넘은 음악의 힘

 

홍난파는 한국 서양음악의 시초를 열었고,

우리말 가사로 쓰인 ‘한국 가곡’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비록 그의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지만,

그는 그 시대 음악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민족의 감성과 정서를 지켜내려 노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

한 시대의 정서와 감정을 이해하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되새기며,

문화적 계승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향의 봄」처럼

지금도 학교에서 불리는 노래 한 곡 한 곡이
단지 옛 노래가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문화유산’임을 깨닫게 됩니다.


4. 관람 정보 – 조용한 음악 산책의 시작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2가 34

 

운영시간: 09:00 ~ 18:00 (입장 마감 17: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입장료: 무료

 

관람 소요 시간: 약 30~40분

 

문의: 서울역사박물관 또는 중구청 문화관광과


정동이 시대 지식인의 공간이라면,

필동은 예술가의 정취가 남은 동네입니다.


홍난파의 가옥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떨림’은,

바로 이 땅의 음악이 처음 피어나던 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습니다.


잠시 도심 속 여행을 떠나,

그의 선율을 따라 조용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