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희년 순례를 준비하며 찾은
군산의 윤지헌 성당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한층 더 깊이 다가왔던 성당이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이날은 성당 휴무일이라 내부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문 앞에서 올려다본 성당의 자태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되새기기에 넉넉한 시간이었습니다.
윤지충 바오로의 동생, 윤지헌 프란치스코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복자는 윤지충 바오로의 동생으로,
형의 순교 이후에도 굳건히 신앙을 지켰습니다.
그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받았고,
끝내 배교하지 않아 순교의 월계관을 받게 됩니다.
조용하지만 확고했던 그의 신앙은 한국 교회 안에서
‘가족 순교자’로서의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조선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복자
이 성당은 조선 천주교의 첫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 복자와 그의 외사촌인 권상연 야고보 복자,
그리고 윤지충 바오로의 동생,
윤지헌 프란치스코 복자의 순교정신을 기리는 뜻에서 세워졌습니다.
윤지충 성당(전, 전주 서곡성당)
권상연 성당(전, 전주 효자4동 성당)
윤지헌 성당(전, 군산 미룡성당)
두 분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순교하셨습니다.
윤지충 복자는 어머니 장례를 유교식이 아닌
천주교식으로 치렀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권상연 복자는 그와 함께 신앙을 증거하며 목숨을 바쳤습니다.
당시 그들의 순교는 많은 신자들에게 큰 울림이 되었고,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깊은 순교 전통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윤지헌 성당, 그 의미를 품다
이러한 순교자들의 이름을 딴 윤지헌 성당은
군산 지역 신자들의 신앙 중심지이자,
조선시대의 순교 전통을 오늘날까지 이어가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성당 외벽에는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다양한 조형물과 상징들이 새겨져 있으며,
순례자들이 조용히 머물며 기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미사에 참례하고 성체를 모실 수 있기를 바라며 성당을 뒤로 했습니다.
이날은 단지 건물 하나를 본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을 통해 흐르고 있는 순교자들의 피와 믿음을 만났던 날이었습니다.
신앙의 뿌리를 되새기는 군산 순례길
짧은 방문이었지만, 군산 윤지헌 성당은 제게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 교회의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믿음의 증거입니다.
그분들의 삶을 기억하며,
저 또한 저의 일상 안에서 작은 증거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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