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 나는 민주적인가?

예박이아빠 2018. 6. 14. 11:04

나는 민주적인가?

 

2018. 6. 14.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의 적폐청산이 이루어졌다. 적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한민국 운영 시스템의 부조리함이 밝혀진 것은 부조리함을 인지하고 있던 엘리트가 아니라 결집한 주권자의 힘이었다. 나 역시 전 정부의 부역자를 처단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 목소리에 동의했지만, 실천에는 소극적이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가 소극적인 행동과 연결되었다.

 

 

특권에 대하여 특권을 가지지 못한 현실에 아쉬웠고, 특권을 갖고자 하는 열망을 가졌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특권 없는 세상, 반칙 없는 세상!을 나 하나의 작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 하나의 힘에 대하여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바른 길, 옳은 길을 굳건한 태도로 견지하면, 주변 사람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꽤 정의로운 직장 동료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꽤 정의로운 직장 동료를 보면서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다. 부조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안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잠깐 모른 척 하면 주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특권에 대한 환상, 묵인, 복종이 없는 사회여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강욱 변호사의 "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는 이러한 조그만 변화를 시도하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를 비판하면서,

정작 나의 직장에서 벌어지는 불의에는 눈을 감고 앞장서

정의를 외치는 이들에게 배신자라며 손가락질하지는 않았는지...”

 

 

묵직한 울림을 주는 마무리 문구였다. 지금 내가 함께 하는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일부러 힘든 길임을 알지만, 용기 내어 걸음 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누군가 이 세상을 좋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기보다, 그 주체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적어도 시작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내 자녀에게 아빠는 이런 일을 했단다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의로운가? 나는 민주적인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깨어 있어야 하므로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사색의 결과를 행동으로 연결해야 하므로 이전보다 조금은 분주해지겠지만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